2025. 1. 31. 02:18ㆍ관찰일지
와이프랑 같이 서울에서의 식사를 마치고 서울 나들이 겸 롯데월드몰로 향했다.
1층에 들어서자 Apple Logo가 큼직막하게 박힌 시원한 통유리를 보니 항상 그랬듯 뭔가 새로운게 있나 두근거리며 기웃거렸다. (개인적으로 나에게는 전자제품 회사 중 가장 깔끔한 매장 이미지 덕분에 매번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애플 매장은 유리를 최대한 세로로 크게 넣어서 시원한 인상을 준다. 통유리의 크기가 작아질 수록 이음부분이 필요하고 이는 잡스의 철학인 simple함을 잃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번에는 이전과 다르게 "비전 프로가 있는데 안들어올거야?"라고 말하듯이 입구의 바로 앞에 애플 비전 프로 두대가 전시되어 있었다.
정말 애플다운 모습이었다. 입구를 중심으로 가장 최신제품을 깔아두고 가장 먼곳에는 애플 뮤직, 애플 티비와 같은 제품과 악세사리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모든 가게들이 그렇듯이 매장 입구에 가장 흥미로운 것들을 깔아두고 어? 저건 뭐지라고 하며 더 깊숙한 곳으로 데려갈 수 있도록 돕는 장치가 되어 있음을 느꼈다. 매장 입구에서 가장 최신의 아이템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구매로 이어지면 대기하는 동안 그다음 아이템을 구경할 수 있도록 해둔것 같다. 만약, 애플 비전 프로가 가장 안쪽에 있었다면 내가 그 제품이 매장에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었다. 아래 이미지에서는 어디에 어떤 제품이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을거라 생각되지만 사람이 항상 붐비는 매장에서는 안쪽 제품을 매장 입구에서 확인하기 매우 힘들기 때문에 괜찮은 전략이라 생각되었다. 또한, 오롯이 애플의 제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애플 제품외의 것들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3rd party 제품의 경우는 제품 전시 테이블 높이를 기준으로 하단에 위치하여 전체적인 톤을 망가뜨리지 않으면서 필요한 것들은 찾아 볼 수 있도록 해두었다.)
그에 비해 삼성에서 만든 강남 삼성은 심플함보다는 다소 직각적인 느낌. 유연함보다는 딱딱한 느낌. 정제된 느낌을 준다. 가로 세로선이 많이 보일 수록 외부에서는 철창처럼 너무 복잡한 머리속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외부 유리에서의 가로 세로선, 천장에 있는 가로세로선들이 뒤엉켜 있는 모습이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또한, 제품 외의 복잡한 요소들을 각층마다 넣다보니 삼성이라는 글자만 없었다면 이곳이 전자제품을 홍보하는 곳인지 어려울듯한 인상을 준다. 만약 내가 갤럭시가 언제 출시하는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신제품이 나왔더라도 이곳에 신제품이 있을거라는 생각을 못할거같다. 한번 방문해서 체험만 해보고 그다음에는 방문하지 않을 것같은 팝업 스토어 느낌이다. (이곳이 체험을 위한 공간이라 그럴 수 있다.)
최근에 리모델링한 삼성 스토어의 모습은 아래와 같은 매장들을 각 지역에서 볼 수 있다. 세로로 시원한 유리창이 있어 개방감을 줄 수. 있지만 상단의 철그물망(?)이 칸칸이 쌓여져 있는 느낌과 내부의 조명 레일, 정사각형의 면조명, 환풍기 등 다양한 선의 요소 덕분에(?) 개방감을 방해하고 있다. 또한, 매장 입구 양옆으로 비치해둔 형형색색의 의자들은 시선을 방해한다. (개인적으로 저 공간이 꼭 필요하다면 bar형태의 의자 한개만 비치하거나 아예 의자가 없는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또한, 오른쪽벽면의 악세사리들이 빼곡하게 쌓여있어 넓은 공간을 더 좁게 보이는 느낌이다. 애플 스토어처럼 액세사리는 매장 문과 가장 먼쪽에 넣어두는것이 좋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모든 삼성매장이 어떠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이렇게 만들어진 것인가 생각되어 구글링해보니 영국에 있는 매장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한국에서도 블랙톤과 함께 세로로 긴 유리창과 간접조명으로 시원한 개방감을 주면 좋지 않을까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는다.
문득 우리의 구글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궁금해서 "애플 스토어", "삼성 스토어"로 검색하여 찾아봤다.
너무나 단순한 비교이지만, 언뜻보기에도 심플함이 애플만의 무드를 만들어 더 눈길을 사로잡는 느낌이다. 100% 모든 매장의 공통점은 아니지만 애플이 매장에 신경 쓴 부분이라고 생각되는 점은 몇가지 있었다.
1. 입구는 최대한 세로로 긴 유리를 사용하고 층고가 높은 형태
2. 매장 외부에 화려한 광고 지양
3. 매장 내부에 제품 홍보 설치물 최소화 (홍보에 관한 컨텐츠는 제품 내부에 있다.)
4. 매장 내부의 기둥을 최소화 (부득이한 경우 색상과 톤을 맞춘다.)
5. 간접조명 또는 전체 면조명을 지향
삼성의 경우는 신제품 홍보에 심혈을 기울이는게 눈에 보인다. 매장 외부에 어떤 신제품이 나왔는지 홍보하는 문구를 꼭 찾아볼 수 있었다. 블랙톤을 아이덴티티 색상으로 사용하는 것 같지만, 매장마다 톤이나 무드가 다르다. 선을 이루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 진열장의 톤이나 매장의 분위기가 매장마다 달라서 통일감이 떨어진다. 애플은 내면의 구매욕구를 불러 일으키기 위한 전략이라면, 삼성은 외면의 구매욕구를 불러 일으키기위해 "우리 신제품 있어요!"라고 외부에 홍보를 확실히 하는 편이다.
삼성은 애플에 비해 가전제품 같은 다양한 전자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일까 국내에서의 삼성 이미지는 좀 다르다. 국내 삼성 스토어에서 갤럭시 폰을 사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경우라고 생각된다. 주변 지인들만 봐도 국내 삼성 스토어에는 주로 TV, 세탁기와 같은 가전기기를 구매하기 위해 많이 방문하지 스마트폰을 구매하기 위해서 방문하는 경우는 잘 없다. 통신 사업자와의 관계와 구조 그리고 다양한 할인 혜택이 주로 통신사 대리점에서 이루어졌기때문인지 공식 스토어에서는 잘 구매하지 않는다. 대리점은 말그대로 대리점이기때문에 갤럭시에 대한 구매 경험을 얻기 어렵다. 대리점의 직원은 삼성 직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 스토어와 갤럭시가 잘되려면 대리점에서 사야지 얻을 수 있는 혜택들 (가격, 결합 상품 등) 을 삼성 스토어에서 동일하게 해주면서 구매에 대한 경험을 얻게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지금도 삼성 스토어에서 통신 요금제에 대한 상담도 해주고 있는것을 보았지만, 아직까지는 인식의 변화가 크게 이루어지지 않아서인지 내 주변 지인들은 대부분 통신 대리점에서 갤럭시에 대한 설명보다는 요금제에 대한 설명을 듣고 구매하는것 같다.
Apple Store 직원 관찰
한국에서 전자제품을 살 때는 주로 기술적 스펙 또는 기능에 초점맞추어 설명듣곤한다. 그러다보니 이 직원은 잘짜여진 메뉴얼에 따라 설명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애플에서의 직원은 사뭇다르다. 어떻게 교육했는지 짐작조차 안될정도였다.
첫인상
애플 스토어 직원들의 복장에서 부터 "딜러"의 느낌은 찾아 보기 어렵다. 애플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지적인 이미지를 주지만 딱딱하진 않으면서 누구나 쉽게 말걸 수 있는 개방된 사람의 모습이다. 모든 직원들의 표정에서 근심이나 직장인의 표정은 느껴지지 않는다. 개인차이가 있겠지만 내향형인 나에게 애플 직원은 말걸기 편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
태도
내 일에 만족하면서 고객들에게 내 회사의 제품을 소개해줄 수 있다는 즐거움이 보인다. 내가 매장에 입장하자마자 제품을 권유하기 보다는 흥미를 끈것이 무엇인지, 흥미를 태우는 시간을 준다. 내가 제품에 관심을 쏟는 동안에 직원은 "나"에게 관심을 쏟는 느낌이다. 그 예로 비전프로 체험 예약을 하려고 QR코드를 찍으려고 하자 스마트폰이 신제품인 것을 알아차리고 "새로나온 스마트폰이죠? 와 멋있어요! 테크쪽 관심 많으세요? 이야 정말 멋있어요 가볍나요?" 라며 내가 테크에 관심이 많은지 자연스럽게 정보를 얻어갔다. 개인정보 수집을 위한 동의를 해주세요, 관심사가 무엇인지 골라주세요 등의 포맷없이 대화를 통한 정보수집이었다. 고객과 직원 모두 기분 좋은 대화로 각자의 목적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대화
예전에 한국에서 고객응대는 "솔" 음으로 높게 답변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했었는데, 애플 직원들은 그렇지 않다. 억지로 높은음을 내서 응대하기 보다는 가지고 있는 목소리 그대로 사용하는 문장과 단어 그리고 비언어적 소통 부분을 통해 환대해주었다. 기억 남는 부분이 몇가지 있었다. 예약시간이 애매해서 와이프랑 둘이 하기보다는 한사람만 예약하겠다고 하자 "네 그렇게 도와드릴게요"가 아닌 "이 시간에 두분이서 같은 경험을 해보시면 정말 좋은 경험을 얻어가실거에요! 이것이 미래구나 느껴실거에요! 그렇죠 제임슨(동료이름)?"라며 본인들이 더 흥미진진한 모습을 보였다. 와이프는 테크쪽에 관심도 없고 더욱이 큰쇼핑몰에서 테크쪽에 큰시간을 쓰는 것보다는 옷에 더 관심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럼 그렇게 예약할게요"라는 답변이 나올정도였다. 제품의 기술적 스펙을 직접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제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나"의 경험에 중점을 둔 설명이었다.
제품 체험 시간에는 다른 직원 두명을 만났다. 이 직원들도 예약을 도와준 직원들과 동일한 분위기였고, 체험에 앞서 나에게 기술적 스펙은 단한가지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저 나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스토리를 찾아 경험할수있게 도와주었다. 내가 기술에 관심이 많다고 하니 기술적으로 더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장과 단어를 사용하고, 와이프에게는 추억속 사진을 더 생생하게 볼 수 있거나 1인 영화관에서 보는듯한 시연에 대해 더 집중할 수 있는 문장을 사용하였다. 데모 시나리오는 와이프랑 같은 컨텐츠를 즐겼지만 서로 다른 경험과 서로다른 인상을 남겼고 우리가 만약 이 제품의 구매를 고민하게 된다면 어떤점을 위주로 고민하게 될지 정확하게 짚은 느낌이었다.
같은 제품, 같은 소프트웨어, 같은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했지만 개인화 시대에 맞게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고민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삼성 스토어의 직원들은 보통 세미 정장 느낌의 복장을 주로 입고 있어 정직과 신뢰의 느낌을 주는 대신 다가가는 것에 조금은 어려움이 있다. 고객과 직원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발생하기도 한다. (할인과의 전쟁) 하지만, 애플 스토어에서는 복장뿐만아니라 대화에 사용하는 단어들이 한국 사람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탁월했다.
스마트폰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이제 성능을 직접 하나하나 비교해보며 구매하지 않는 시대인것같다. 그러다보니 매년 새로운 제품이 나올때마다 "xx% 만큼 성능이 좋아졌어요" 보다는 "이제 이런것들을 할 수 있어요." 라는 문구가 더 적절한 것 같다. 전자 제품을 사야하는 이유는 성능이 아닌 제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요약
1. 애플은 전세계 스토어에 대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뛰어나다.
2. Simple is best 라는 말이 애플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3. 고객이 무의식적으로 스스로 이끌려 들어가게 하는 매장이 될것이냐, 고객이 이 매장이 무엇이 있는지 글을 읽고 고민한 다음 들어가게 하는 매장이 될것이냐의 차이로 느껴졌다.
4. 브랜드에서 "경험" 이라는 단어는 매장을 들어가기 전, 눈으로 매장을 발견했을때부터 시작된다.
5. 직원들의 분위기도 너무 다르다. 말투보다는 긍정적인 문장 사용, 고객을 관찰하여 제공하는 서비스가 인상깊었다.